역전은 없었다..국힘 출구조사 발표 후 지도부 '분열'

 제20대 대통령 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은 무거운 침묵에 휩싸였다. 오후 8시 방송 3사가 발표한 출구조사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12.4%포인트 차이로 뒤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상황실 분위기는 급격히 가라앉았다. 본투표 전까지만 해도 역전을 기대하며 고무됐던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출구조사 결과 발표 직후,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주요 인사들은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김 위원장과 권 원내대표, 안철수·양향자·이정현·황우여 공동선거대책위원장 등 선대위 지도부는 이후 말없이 지역별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봤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의원들과 관계자들이 하나둘 자리를 떠났고, 상황실은 점차 비어갔다. 남아 있던 관계자들 역시 고개를 숙이거나 멍하니 화면을 응시하는 등 낙담한 기색이 역력했다. 침묵 속에 개표 방송 소리만 상황실에 울려 퍼졌다.

 

기도하듯 두 손을 모으고 방송 화면을 응시하던 김용태 위원장은 오후 8시 40분쯤 국회 본청 비대위원장실로 자리를 옮겼다. 국민의힘 공식 유튜브 채널도 상황실 현장 중계를 중단했다. 김 위원장은 상황실을 떠나며 “개표가 이제 시작되니 겸허한 마음으로 지켜보겠다”고 짧게 말했다.

 


한편, 나경원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JTBC와의 인터뷰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막판 여론조사에서 골든크로스가 나타나며 상승세를 느꼈지만, 민주당이 씌운 내란 프레임을 극복하지 못한 것 같다”며 패배의 원인을 분석했다. 나 위원장은 이어 “출구조사와 실제 결과가 다를 수 있으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신동욱 선대위 대변인단장 역시 YTN 인터뷰에서 “국민의 뜻이 개표 결과로 드러난다면 이를 겸허히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는 이날 서울 관악구 봉천동 자택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봤다.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조용히 결과를 기다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본투표 전까지만 해도 막판 역전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특히 일부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와의 격차가 줄어드는 ‘골든크로스’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오며 승리를 낙관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상황실은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지도부와 관계자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자리를 떠났다.

 

국민의힘은 출구조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역전 가능성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상황실의 침묵과 지도부의 무거운 표정은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한 당 내 분위기를 여실히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