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먹튀'와 한 팀…김혜성, '적지' 토론토서 야유 버틸 수 있을까

 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행 전세기에 김혜성의 이름이 당당히 올랐다. 다저스 구단이 23일 공개한 선수단 영상에는 ‘꿈의 무대’로 향하는 선수들의 설렘 가득한 모습이 담겼다. 오타니 쇼헤이, 클레이튼 커쇼, 사사키 로키, 무키 베츠 등 세계적인 슈퍼스타들 사이에서 김혜성 역시 밝은 미소와 함께 비행기에 오르는 모습이 포착되며 국내 야구팬들의 기대를 한껏 부풀렸다. 2025시즌을 앞두고 다저스와 3+2년, 최대 2200만 달러라는 파격적인 조건에 계약하며 태평양을 건넜던 그의 도전이 마침내 월드시리즈라는 최고의 결실을 눈앞에 두게 된 것이다.

 

김혜성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단 1경기에 출전했지만, 그 존재감은 누구보다 강렬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피 말리는 연장 11회 승부에서 대주자로 투입되어 천금 같은 결승 득점을 올린 장면은 다저스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데 결정적인 발판이 되었다. 비록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하더라도, 승부처에서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대주자나 수비의 핵을 잡아줄 대수비 요원으로서 그의 가치는 이미 충분히 증명됐다. 휴식일에도 홀로 다저스타디움에 나와 훈련에 매진하는 성실함은 그가 왜 ‘준비된 선수’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혜성이 월드시리즈 그라운드를 밟는다면, 이는 한국인 메이저리거 역사에 또 하나의 빛나는 이정표를 세우는 일이 된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를 시작으로 ‘BK’ 김병현,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 그리고 최지만에 이어 역대 다섯 번째로 월드시리즈 무대에 서는 한국인 선수가 탄생하는 것이다. 단순한 출전을 넘어, 팀의 우승에 기여하며 김병현과 최지만에 이어 세 번째로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손에 넣는 한국인 타자가 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그의 한 걸음 한 걸음이 한국 야구의 새로운 역사가 되고 있다.

 

한편, 이번 월드시리즈는 경기 외적으로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로 가득하다. 특히 다저스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를 향한 토론토 팬들의 싸늘한 시선은 시리즈 내내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2023년 겨울, 토론토는 FA가 된 오타니 영입에 사활을 걸며 ‘대통령급 의전’까지 약속했지만, 오타니는 결국 역대 최고액인 10년 7억 달러에 다저스행을 택하며 토론토 팬들에게 깊은 배신감을 안겼다. 이듬해 토론토 원정에서 엄청난 야유를 경험했던 오타니가 과연 어떤 플레이로 적지 팬들의 함성을 잠재울지, 그리고 그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김혜성이 자신의 역할을 다해낼 수 있을지는 이번 시리즈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